• 2025. 5. 24.

    by. gayoung0201

    — 책을 읽고 말하는 아이, 생각이 자란다

     

     

    1. 사고력은 읽은 다음 ‘말할 때’ 자란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많이 읽히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만으로는 사고력이 자동으로 길러지지 않습니다. 사고력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해석하며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랍니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독서 후 토론’입니다. 아이는 책을 읽고 난 뒤, 느낀 점을 말하거나 주제에 대해 누군가와 생각을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사고 훈련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초등학생 시기에는 말로 표현하는 능력과 사고의 깊이가 함께 발달하므로, 책을 읽고 난 후 “무슨 내용이었어?”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부분이 인상 깊었어?”, “너라면 주인공처럼 행동했을까?” 같은 질문형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대화를 통해 아이는 책을 ‘단순히 읽는 대상’이 아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의 장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언어 능력, 논리적 사고력, 공감 능력까지 함께 자라납니다.

     

    2. 질문법이 토론의 깊이를 좌우한다 

    독서 후 아이와 나누는 대화의 질을 높이려면, 가장 중요한 열쇠는 ‘질문’의 방식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아이의 사고 수준은 전혀 다르게 확장됩니다. 특히 아이의 사고력을 길러주는 질문은 단순한 정보 확인이 아니라, 감정, 판단, 해석, 창의성까지 자극하는 질문이어야 합니다. 부모의 질문이 단조롭거나 정답 중심으로 흐르면, 아이는 책을 ‘정리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기보다 맞추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많은 부모가 “주인공 이름이 뭐였지?”, “결말이 어떻게 났더라?” 같은 질문을 던지는데, 이런 질문은 기억력 확인에는 도움이 되지만, 생각을 깊이 있게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주인공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뭐였을까?”, “너라면 다르게 행동했을까?” 같은 질문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논리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말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즉, 열린 질문(open-ended question)은 아이의 머리와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게 만듭니다.

    특히 효과적인 질문은 아이의 연령과 독서 수준에 맞춰 조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 저학년이라면 “이 장면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뭐야?”, “주인공이 기뻐했을 때 너도 기뻤어?”처럼 감정 중심의 질문이 적절하며, 초등 고학년 이상부터는 “이 이야기의 주제는 뭘까?”, “결말이 마음에 들었어? 바꾼다면 어떻게 바꾸고 싶어?” 같은 사고 확장형 질문이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아이에게 단순히 ‘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하게 만듭니다. 부모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질문을 통해 사고의 폭을 점차 넓혀줄 수 있습니다.

    또한, 질문을 던진 후 부모의 반응 태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가 엉뚱하게 대답하거나 질문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오~ 그런 시각도 재밌다” 같은 긍정적 반응을 먼저 해줘야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자신감을 가집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대답이 ‘맞았는가’가 아니라, 생각하는 습관을 지속하게 만드는 피드백을 주는 것입니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말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거나 연결해주는 방식이 사고의 흐름을 이어가게 만듭니다.

    질문의 깊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질문 구성도 필요합니다.

    • 인물 중심 질문: “주인공은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너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 상황 중심 질문: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 감정 중심 질문: “이 장면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그 감정은 네가 경험한 적 있어?”
    • 창의적 질문: “책 속의 배경이 미래였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등장인물 중 하나를 바꾼다면 누구를 바꿀까?”

    이러한 다양한 질문은 아이가 단일한 관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해줍니다. 또한, 책의 주제를 현실 세계와 연결시키는 질문은 아이의 사고력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듭니다. “이 책의 이야기가 우리 학교 생활과 닮은 점이 있을까?”, “뉴스에서 본 사건과 비슷한 점이 있을까?” 같은 질문은 현실 적용력과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는 질문을 통해 아이와 대등한 대화를 나누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질문은 지시가 아닌 초대의 말이어야 하며, 아이가 자신 있게 생각을 말하도록 도와주는 **비언어적 태도(눈 맞춤, 미소, 고개 끄덕이기 등)**도 함께 사용해야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부모의 따뜻하고 호기심 어린 질문 하나가 아이의 독서 경험을 토론의 장으로, 더 나아가 깊이 있는 사고력과 표현력의 훈련장으로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교육학

    3. 토론 분위기를 만드는 부모의 태도

    독서 후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가 한 말을 “그건 틀렸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라고 평가하거나 정답을 유도하는 방식은,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는 것에 위축되게 만듭니다. 토론은 정답을 맞히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확장해가는 경험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부모는 ‘판단자’가 아니라 ‘함께 생각하는 동반자’로서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아이의 말이 미흡하더라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듣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 말도 일리가 있어”처럼 공감과 수용의 반응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그런데 이런 생각은 어때?”라고 부드럽게 다른 시각을 제안하면, 아이는 방어하지 않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 적어 글로 남기거나, 토론 후 짧은 정리 글을 써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말과 글을 연결해 사고력의 깊이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방법입니다.


    4. 일상 속 실천법으로 만드는 독서 토론 루틴

    독서 후 토론을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고 반복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주 2회 독서 토론 저녁’, ‘토요일 아침 가족 책 이야기 시간’처럼 고정된 일정 속에 책 대화를 넣는 루틴을 만들면, 아이는 부담 없이 참여하고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가족 모두가 한 권의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가족 독서 토론’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다른 시각을 받아들이고 말하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또한 아이가 선택한 책으로 토론을 진행하거나, 이야기 속 인물 놀이를 해보는 등 게임형 대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누가 가장 용감했을까?”, “가장 속상했던 인물은?” 같은 질문을 바탕으로 가족끼리 역할을 나눠 발표해보는 활동은 생각과 감정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는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처럼 정서적 몰입이 가능한 독서 토론 시간이 쌓이면, 아이는 단순한 독자에서 벗어나 말하고 표현하며 연결하는 사고의 주체로 성장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