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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하는 습관이 공부 태도를 바꾼다
1. 계획표는 공부보다 먼저 배워야 할 습관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학습 성과를 높이기 위해 문제집을 사주고, 학원을 보내고, 스케줄을 짜주지만, 정작 중요한 ‘공부할 줄 아는 능력’, 즉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자기주도학습 태도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에는 단순히 ‘많이 공부하는 아이’보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해본 경험이 많은 아이’가 장기적으로 더 탄탄한 학습력을 갖게 됩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계획표 작성 습관입니다.
계획표는 아이가 시간과 목표를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도구일 뿐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스스로 조절하고 주도하는 첫 경험이 됩니다. 부모가 대신 짜준 계획표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아이는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고, 실패했을 때 쉽게 좌절하거나 부모를 탓하기 쉬워집니다. 반면 아이가 스스로 짠 계획은 비현실적일지라도 시행착오 속에서 배움과 책임감을 얻게 되는 기회가 됩니다. 즉, 계획표 작성은 결과보다 과정 그 자체가 교육인 것입니다.
2. 시간 감각을 키우는 훈련부터 시작하자
아이에게 계획표를 짜게 하려면 그 전에 시간 감각을 체득하도록 돕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계획을 세워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집 3장”을 10분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실제로 30분이 걸리면 흥미를 잃거나 계획을 포기해버립니다. 따라서 학습 계획표를 만들기 전에는 하루 일과 중 실제로 공부에 쓰는 시간과 활동 소요 시간을 기록해보는 훈련이 효과적입니다.
이를 도와주는 좋은 방법은 시간 기록표 또는 공부 타이머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글쓰기 15분”, “책 읽기 20분”, “문제집 2쪽 10분”처럼 실제 소요 시간을 기록해보고, 아이 스스로 느껴보게 하는 것이죠. 이렇게 체감한 시간이 쌓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이 활동은 20분쯤 걸리겠구나”라는 시간 계획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시간 감각을 키운 후에는 하루 일과 중 공부할 수 있는 시간대를 파악하고, 그 틀 안에서 작은 계획을 짜보는 활동을 시도해보세요. 계획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수정해보는 과정 자체가 가장 중요한 훈련입니다.
3. 학습 목표와 우선순위를 아이가 정하도록 돕기
학습 계획표를 제대로 작성하게 하려면, 단순히 시간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 어떤 공부를 할 것인지 스스로 정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이거부터 해, 그다음엔 이거”라고 순서를 지정해주지만, 이러한 방식은 아이의 자기 결정권을 빼앗고 수동적 태도만 심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목표와 순서를 정하는 경험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차원을 넘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해나가는 자기주도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르는 훈련이 됩니다.
이러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의 대화를 시도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과목은 뭐야?”, “가장 어려워서 미루고 싶은 공부는 어떤 거야?”, “그럼 이걸 먼저 해볼까, 나중에 할까?”와 같이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생각의 여지를 열어주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아이는 점차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는 습관을 갖게 되고, 이는 공부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자기 주도성과 우선순위 감각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아이가 목표를 설정할 때 너무 큰 단위로 시작하지 않도록 돕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과학 문제집 30쪽 끝내기” 같은 목표는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대신 “과학 문제집 10쪽까지만 해보고, 시간이 남으면 더 하자”와 같이 단계적으로 확장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때 부모가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압박하기보다는, “그렇게 하면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야”라는 식으로 현재 수준을 인정하고, 작은 성취를 칭찬하는 태도가 함께해야 합니다.
목표 설정이 성공적인 학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 판단력’을 기르는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해야 할 일이 3가지라면,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어보고, “왜 그걸 먼저 하려고 해?”라고 이유를 함께 묻는 과정에서 아이 스스로 생각의 근거를 정리해보는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단순히 ‘시키는 공부’가 아닌 ‘생각하고 결정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이 차이는 학습에 대한 태도를 완전히 바꾸며, 장기적으로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시간을 스스로 설계하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세운 목표나 계획이 실패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계획을 지키지 못하거나 목표를 완수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고, “난 역시 안 돼”라는 생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의 역할은 “왜 못했어?”가 아니라 “뭐가 어려웠던 것 같아?”, “다음엔 어떻게 바꿔볼까?”처럼 실패를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실패한 경험이 오히려 더 나은 계획과 전략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 자녀가 평생 자기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핵심이 됩니다.
결국, 학습 목표와 우선순위를 아이가 정하게 돕는다는 것은 단순한 공부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주체적으로 다루는 태도를 기르게 하는 일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결정이 미숙하더라도 참견하기보다는 기다리고, 조언보다는 질문하고, 실패를 지적하기보다는 피드백을 유도하는 태도로 이 과정을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아이는 공부를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자 책임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곧 평생 학습자의 첫걸음이 됩니다.
4. 피드백과 감정 공유가 습관을 만든다
계획표 작성 습관이 자리 잡으려면, 아이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어렵습니다. 부모는 계획의 성패를 따지기보다 그 과정 속의 감정과 행동에 주목하는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계획한 대로 실천했을 때는 단순히 “잘했어”라고 끝내지 말고, “오늘 스스로 계획 짜고 해낸 거 어땠어?”, “계획이 도움이 된 부분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의미를 찾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실천하지 못했을 때도 비난보다는 감정 공유가 먼저입니다. “왜 안 했니?” 대신 “오늘은 뭐가 어려웠을까?”, “다음엔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와 같은 따뜻한 재계획 질문은 아이가 계획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또한 계획을 수정하거나 재작성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면, 아이는 계획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유연하게 사고하고 조절하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부모가 평가자가 아닌 동반자 역할을 한다면, 계획 세우기는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아이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는 소중한 일상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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